적천수천미 袁樹珊序文
壬申年 十月 구장형원(句章蘅園)의 주인이 그 아들 보재(簠齋)와 오랜 친구인 진 신장(陳 莘莊) 임 여향(林 茹香)과 함께 일이 있어 진강(鎭江)에 왔다가 내가 명리에 밝다는 헛된 소문을 듣고 나를 초대하여 李氏의 읍강루(挹江樓)에서 잔치를 베풀어 주었다. 한 눈에 마음이 끌렸고 그들이 호걸지사(豪傑之士)임을 알고 기쁜 마음에 몇 구절 시(詩)를 지어 읊었다.
우연히 만났는데도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하고 음양(陰陽)을 논하며 천도(天道)를 즐긴다. 보재(簠齋)도 시문(詩文)에 뛰어나 응답하기를 십년의 역학 공부 오히려 부끄럽고, 강절(康節) 선생을 뵈온 듯 기쁩니다. 허심탄회한 그의 마음에 사람을 움직이는 정이 있다.
다음날 손군(孫君)이 임 철초(任 鐵樵)선생이 증주한 적천수천미 정초본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나는 거듭 읽어보니 이 책이 옛날의 적천수 정문(正文)을 벼리(綱)로 삼고, 고주(古註)를 목(目)으로 하고, 고주 외에 다시 신주(新註)를 더하여 그 뜻을 명백히 밝혔다. 더불어 조목마다 명조(命造)를 배열하여 징험을 돕는 자료로 하였다.
학리(學理)는 진 소암(陳 素菴) 선생과 심 효첨(沈 孝瞻) 선생의 이론을 따랐으며, 글은 법도에 맞도록 쓰여 졌고 이론이 정미(精微)하고 말이 군소리가 없다. 명리서중 흔히 볼 수 없는 희귀본이다.
관복거사(觀復居士)의 원발(原跋)을 보고 이 책이 해녕(海甯) 진씨(陳氏)의 소장본임을 알겠고, 또 이르길 뜻있는 사람이 이 책을 인쇄하여 세상에 널리 전하고 싶다고 하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인에게 말하길,
“일찌기 장 문양(張 文襄)이 말하길 이름을 세워 영원히 남기려면 고서(古書)를 간행(刊行)하여 세상에 널리 배포하는 것보다 더한 것이 없다고 하였는바 책이 오래도록 없어지지 않는 한 그 책을 펴낸 사람의 이름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며, 선철(先哲)의 정미하고 깊은 뜻을 전하여 후학자의 몽매함을 깨우쳐 주는 것으로 이세제민(利世濟民)을 위해 먼저 하여야 할 일이며 적선(積善)도 되는 길이니, 그대의 뜻은 어떠합니까?” 하였더니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인이 뛸 듯이 기뻐하며 말하기를, “이 책은 명(命)을 논함에 체계적으로 조리가 있고 필사한 것과 내용이 다 아름다워 이것을 영인본(影印本)으로 출판하여 그 기쁨을 동호인들과 함께 할 뜻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보재(簠齋) 역시 “부친께서도 이 책을 펴낼 생각을 일찍부터 하고 계셨습니다.” 하였다.
임(林) 군과 신(莘) 군이 다시 나에게 말하길 우리 둘이 교정을 힘써 할 것이니 선생님께서는 서문(序文)을 써 주기를 청하기에 나는 그러마고 하였다. 금년 초여름 보재가 이 책의 영인본(影印本) 네 권을 나에게 보내면서 먼저 약속했던 서문을 써 주십사 하는 부탁의 글도 있었다.
나는 감사한 마음에 손을 씻고서 읽어보니 2권 45페이지에 철초(鐵樵)선생의 사주가 癸巳 戊午 丙午 壬辰 이라 기록되어 있어 선생이 건륭(乾隆) 28년 4월 18일 辰時생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선생은 자신의 명을 논하여 이르길,
“위로는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공명(功名)을 이루지 못하고 아래로는 전원(田園)을 지키는 본분을 다하지 못하였다.” 고 한 것을 보고 비로소 선생의 선대는 반드시 이름이 높은 벼슬하는 집안이고 가산(家産)은 중류(中流)쯤 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이르기를 “卯 운에 이르러 壬水가 절지가 되고 양인(陽刃)이 생을 만나 골육(骨肉)에 이변이 있었고, 가산이 탕진(蕩盡) 되었다.” 또 말씀하시길 “엄친이 돌아가신 후 전심으로 명리(命理)을 배워 호구지책(糊口之策)으로 삼았다.” 고 한 것을 보고 선생은 30이 넘어서 명리학을 공부한 것을 알 수 있다.
또 말씀하시길 “나는 천성이 고졸(古拙)하여 아첨할 줄 모르고 뜻이 커서 벗을 사귀거나 왕래함이 별로 없었다.
내가 세파(世波)에 물들지 않고 꿋꿋한 것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충후(忠厚)의 가르침을 감히 실추(失墜)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라고 한 것을 보고 나는 선생의 인격이 밝고 절개가 높으며 안빈낙도(安貧樂道)하신 것을 알았다.
다시 3권 12페이지에 癸巳생의 어떤 사람의 명조(命造)에 대하여 말씀하시기를 “이 사람의 사주는 나의 사주와 年 月 日이 다 같으나 壬辰시 하나만 바뀌었다.
약한 살이 극제(剋制)하지 못하니 이 사주도 여섯 형제가 있는데 힘 있는 자는 일찍 죽고, 여타는 불초하여 가산이 탕진되고 형제간에 폐가 되었다.”고 재차 밝힌 것을 보고 나는 선생이 형제간에 곤고(困苦)함이 있어도 마다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2권 74페이지에 壬子 생인 어떤 사람의 명을 말씀하시길 “丁巳 운에 연달아 화재를 만났다” 고 하였는데, 이 명조를 자세히 살펴보니 56세에 丁 운이 시작되는데 도광(道光) 27년으로 그해가 丁未 년이니 선생의 나이 75세 때로 오히려 발(簾)을 드리우고 지성으로 열심히 사람을 위해 추명(推命) 하신 것을 알 수 있다.
관복거사의 서문을 일러 진(陳)군이 말하길 임 선생이 어느 때 사람인지 내가 늦게 태어나 알지 못한다. 하였는데 이는 아마 이 글을 다 읽지 않고 명학(命學)을 알지 못한 (임 선생의 명조를 이해치 못하여) 까닭이다.
임 선생이 사신 곳에 대하여는 원서에 기재가 없어 감히 억측(臆測)할 수는 없으나 그러나 증주(增註)를 보건데 명리약언과 자평진전에서 채택하였는데 약언은 해녕(海甯) 진 상국(陳 相國) 소암(素菴)이 저술한 것이고 진전은 산음(山陰) 심 진사(沈 進士) 효첨(孝瞻)이 저술한 것으로 두 분은 모두 절강성 사람들이다.
그 책은 세상에 출판되지 않고 사가(私家)에 초본으로만 전하여 질뿐인데 역시 절강성(浙江省) 사람들이 많이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진(陳) 상국(相國)은 강희 5년에 세상을 뜨고 심(沈) 진사는 건륭(乾隆) 4년에 진사가 되었는데 선생은 건륭 38년에 태어났으니 계산하여 보면 차이가 멀다 해도 100년 정도에 불과하고 가까이는 몇 십 년 차이 밖에 안 되니 선생도 아마 절강 사람일 것이다.
명리약언과 자평진전은 학설은 나도 평소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지난날 지은 명리탐원(命理探原)을 쓸 때도 거기에서 채록(採錄)한 것이 적지 않았으나 그러나 철초 선생의 천미와 비교하면 태산(泰山)과 언덕만큼의 차이다.
선생은 밤낮으로 정밀히 연구하고 깊이 생각하여 그 본말(本末)을 꿰뚫고 글로 나타내면서 오행의 생극(生剋)과 쇠왕(衰旺)과 전도(顚倒)의 이치를 아주 현묘(玄妙)하게 논(論)하였을 뿐 아니라 왕(旺)한 것은 극(剋)함이 마땅하고 왕(旺)함이 극(極)에 이른 것은 설(洩)함이 마땅하며 약(弱)한 것은 마땅히 생하여 줘야 하고 약(弱)함이 극(極)에 이른 것은 마땅히 극(剋)하여야 한다는 이 두 가지의 이론은 가장 정밀하고 깊은 뜻이 있는 학설이다.
또 이르길, 사람에 따라 후박(厚薄)이 있고 명(命)에 따라 귀천(貴賤)이 다른 것은 산천(山川)이 다르고 세덕(世德)이 다름에 있는 것이니 이것은 천명(天命)을 지리(地利)에 부합시켜 사람의 일을 말한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의 명(命)을 논함에 항상 말씀하시기를,
어떤 명조는 순수하고 중화되어 태평성대에 재상이라 하고, 어떤 명조는 벼슬길이 청고(淸高)하고 재주가 뛰어난 명조라 하고, 어떤 명조는 경영(經營)함에 이익을 얻어 근검(勤儉)하여 성공한다 하고,
어떤 명조는 고향을 떠나 타향에서 성공한다 하고, 어떤 명조는 욕심이 끝이 없고 성격이 괴팍하다하고, 어떤 명조는 돈을 흙 뿌리듯 하여 패가망신한다 하고, 어떤 명조는 생산에 힘쓰지 않아 뒤에 반드시 재앙(災殃)이 있다 하고, 어떤 명조는 출신은 빈한하나 현숙하다 하고, 어떤 명조는 청춘에 수절(守節)하나 자식을 가르쳐 이름을 얻는다 하고, 어떤 명조는 부(富)를 사랑하고 가난을 혐오하여 남편과 자식을 버릴 것이라 하고, 어떤 명조는 벼슬길에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나지 않아 뜻밖의 풍파(風波)를 만난다 하고, 어떤 명조는 냇버들은 가을만 바라봐도 시드나 소나무와 잣나무는 겨울을 지날수록 무성하다하여 추켜올리기도 하고 깎아내림에 고심(苦心)을 하지 않은 바가 없으며 큰 뜻과 정미(精微)한 말씀은 모두 세상의 도리에 관한 것들이었다.
옛날의 군자(君子)는 이른바 죽더라도 후세에 전할 말은 한다고 하더니 이 사람을 두고 한말이 아니겠는가.
독자들이 만약 이 책을 명학(命學)으로만 본다면 그것은 하나는 얻으나 둘을 잃는 것이며, 한 치(寸)는 보고 한 자(尺)는 못 보는 것이며, 이 책을 출판(出版)하여 널리 세상에 전(傳)한 형원(蘅園)의 크고 위대한 뜻을 저버리는 일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중화민국 二十二年 癸酉년 仲夏 五月 庚寅 삭 二十一日 庚戌日 진강(鎭江)의 원수산(袁樹珊)이 쓰다.
孫序
명리학(命理學)의 유래(由來)는 오래되었다. 옛날의 명리학은 간단하면서도 할 말은 다 갖추고 있었다. 복희(伏犧)씨는 정명(正命)이라 하고 공자는 천명(天命)이라 하고 노자는 복명(復命)이라 하였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하늘로부터 사람에게 부여된 것으로 성품을 바르게 하고 이치를 좇자 운명에 순응하는 것인데 후세의 사람들이 하늘의 이치와 자연의 섭리를 이해치 못하여 불안을 느껴 옆길로 빠지고 잘못된 해석으로 사람들의 비위만 맞추려고 하였다.
그것은 이치를 도외시하고 술수(術數)에 흘러 억지로 말을 만들어 끌어다 붙여 배우는 자들을 더욱 다른 길로 가게 하였다. 비록 그러하나 명리의 이치는 간결하여 번잡하지 않으니 하늘의 뜻에 순응하여 더욱 바르게 하는 것이다.
술수(術數)라도 이치에 합당하고 번잡한 것을 간결하게 풀어낼 수 있다면 이것 또한 족히 명(命)의 근원을 탐구할 수 있겠으나 그러나 이 방법으로 정통함에 이른 사람은 몇 명도 보기 어렵다.
적천수는 경도(京圖)가 짓고 유성의(劉誠意)가 주(註) 하였다고 전하여 지고 있는데 통신(通神)과 육친(六親)을 근간(根幹)으로 하고 천도(天道)에서 시작하여 정원(貞元)에 끝나기까지 모두 62장으로 분류하였다.
이치를 근원까지 분석하고 미묘(微妙)한 것을 다 밝히었는데 그 말의 뜻이 예스럽고 오묘하여 학자들은 그것을 병(病)으로 여겼다.
나도 일찍부터 성명학(星命學)을 좋아하여 틈나는 대로 책을 보았으나 깨달음이 적은 것을 근심하던 차에 지난해에 어떤 사람이 이 책을 보여주어 읽어 본바 임 철초 선생이 증주하신 것으로 편(篇)을 나누어 자세히 해석하고 격(格)을 들어 증명하시며 천지 음양의 분화(分化)와 삼원 오행의 추선(推旋)에 관하여 반복하여 펼친 것이 글이 명료하고 이치에 달통(達通)하여 지난날 막혔던 것들이 이리저리 맞춰보면 모두 이치에 맞게 풀리었다.
그야말로 지은이는 공신(功臣)이라 하겠고 후학자들에게는 하나의 교량(橋梁) 역할을 한 것이다.
관복거사의 글을 본 뒤 이 책이 해녕(海甯) 진(陳)씨의 소장품이었던 것을 관복거사가 진씨로 부터 빌려다가 손으로 쓴 것임을 비로소 알았다.
원본은 이미 불에 타 없어졌으니 이 책이 국내의 유일한 책으로 더욱 보배롭고 귀한 것이 아니겠는가.
만약 진씨가 이 책을 숨겨두고 남에게 보이지 않았거나 비록 사람들에게 보여 줬더라도 관복거사와 같이 손으로 필사(筆寫)하지 않았다면 이 책이 어떻게 세상에 다시 나타날 수 있었겠는가.
지금은 다행히 나타났지만,우리가 후일에 대한 좋은 대비책이 없이 원본을 불태워 버린 진씨와 같다거나, 아니면 관복거사의 발문(跋文)에 말한 것처럼 이를 출판하여 널리 퍼뜨리고 오래가게 아니한다면 이것은 고서(古書)의 깊은 뜻을 계발(啓發)하기 위해 증주(增註)한 분이라든가 또 후학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수록(手錄)한 분의 고심에 찬 그 고마운 마음에 크게 부끄러운 것이 아니겠는가.
이에 영인(影印)하여 모든 동호인들과 함께 기뻐하고 책 이름을 천미(闡微)라 한 것은 보통의 여러 책들과 달리 하기 위함이다.
관복거사가 어느 때 사람인지 성씨는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는 것이 애석하나 그가 남긴 글과 말에서 그의 행적을 살펴 조금이나마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명(命)의 이치에 통달하여 순리대로 살아가며 술수를 좋아하고 배움에 깊이 몰두하는 소위 숨은 군자(君子)이었을 것이다.
이 사람은 혼탁한 세상에서 이 글을 읽는 자들로 하여금 영허소장(盈虛消長)의 이치와 하늘은 말이 없으나, 사시(四時)를 운행하고 만물을 기르는 하늘의 뜻을 보고 깨달아 우매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이 각성하고 분발하여 깨우친다면 어찌 세상 사람들을 깨닫도록 인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천하(天下)의 일은 인연이 아닌 것이 없는 것이니 이 책도 여러 해 동안 진씨 가(家)에 비장(秘藏)되어 있었으나 임 철초 선생에 의해 증주(增註)가 되고 관복거사가 손으로 베낀 것을 내가 얻어 간행하게 되었으니 이 몇 명은 서로 다른 시대에 태어났으나 뜻이 같고 가는 길이 같았던 것이다.
이러한 일이 돌고 돌아 이렇게 이르게 된 것은 그것이 비록 사람이 한 일이라 해도 그게 어찌 우연한 일이겠는가.
중화민국 二十二年 癸酉 五月 형원 주인이 쓰다.
